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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노화와 치매(박종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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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6-03-22 |
조회 | 45027 | ||
성공적인 노화와 치매
박종일 교수(전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예로부터 늙지 않고 삶을 오래 이어가는 것에 대한 소망이 있어왔습니다. 역사상 유명할 정도로 무병장수를 위해 불로초를 구하려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진시황제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신하들을 사방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시도에도 신하들은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제나라 출신의 서불(徐福)은 “저 멀리 바다 건너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의 삼신산에 신선이 사는데, 동남동녀를 데리고 가서 모셔오고자 합니다.”라는 상소를 올리고, 60척의 배와 5,000명의 일행, 3,000명의 동남동녀와 각각 다른 분야의 장인들을 동반하였습니다. 하지면 그도 역시 결국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였고,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은 결국 기원전 210년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역사 속의 삼신산이 백두산 아래에 있는 봉래산(금강산), 영주산(지리산), 방장산(한라산)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진시황제가 찾던 불로초가 한반도에 존재한다면 관심 갖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진시황이 갈망하던 장수의 꿈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의 발전은 지속적인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2015년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1970년도의 61.9세에 비해 20세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짧은 시간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은 급속한 증가를 나타낸 것입니다. 장수의 시대를 영위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경우 무병장수가 아닌 유병장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들은 평균 3.34개 정도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도 치매의 유병률은 9.79%이며, 고령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현 시점에서 기대수명의 증가와 그에 따른 변화에 발맞추어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성공적인 노화의 과정으로 이끌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일 것입니다.
성공적인 노화에 대해 로우와 칸(Rowe & Kahn, 1987)이 정의한 전통적인 개념은 다음 세 가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① 질병, 장애, 고혈압, 흡연 혹은 비만과 같은 위험요인이 없는 상태, ②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잘 유지되는 상태, ③ 활동적인 사회활동 참여. 이 개념에서는 병이 없는 상태에서 높은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고 젊어보이는 것(즉, 얼마나 개인이 나이를 먹지 않았는지)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로우와 칸의 성공적인 노화에 대한 개념은 대다수의 노인들에서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으며, 평균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성공적인 노화의 개념은 수정되어왔으며 현재까지 정립된 개념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며,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건강을 누리며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 동안의 연구들에서 성공적인 노화는 우울증, 치매 및 인지장애, 내과적 질환, 관절염, 신체활동, 주관적인 건강상태, 일상생활의 장애, 사회적 접촉, 젊은 나이, 비흡연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울증, 주관적인 건강상태, 사회적 접촉이 성공적인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것을 살펴볼 때,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의 유무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신체활동이나 사회생활을 유지하는가가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치매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들 치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과 두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과 두려움을 갖기 전에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개선될 수 있는 부분들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환자와 조호자의 부담을 줄이고 남은 인생을 보다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매 극복을 위해 조기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합니다. 노년층의 경우 의료정보와 서비스 접근에 대한 어려움과 취약성으로 스스로가 질병이 있음을 자각하지 않는 경우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4대 암환자의 90%에서 질병이 있음을 자각하고 있으나, 치매의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오직 45%에서만 그 진단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Alzheimer’s association 2015). 국내의 경우에도 치매환자의 약 30%정도는 여전히 자신이 치매인지 모르고 생활한다고 합니다. 아직 치매 환자를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치매극복을 위해서는 예방과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의 종합적인 관리와 극복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가고 있으며, 중앙치매센터를 필두로 열 세개 지역의 광역치매센터를 비롯한 다수의 치매전문기관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의 시·보건소에서는 만 60세 이상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발견을 위해 일차적으로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치매 진단(감별)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거점병원에서 추가적인 검사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가까운 치매전문기관이나 병의원을 방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거스를 수 없는 노화의 과정 속에서 치매로부터 안전하고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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